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 57.2조. 한국 기업 역사상 최대다. 1분기 하나로 작년 전체 이익(43.6조)을 넘겼다. 근데 그 57.2조를 발표한 바로 그날, 사내 나우톡에 "마이크론 이직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하루 만에 조회수 4만을 넘기면서 안에서 난리가 났다.
57조인데 왜 이렇게 조용하냐
4월 7일 잠정실적이 나왔다. 매출 133조, 영업이익 57.2조. 전년 대비 +755%. 숫자만 보면 축포가 터져야 정상이다.
| 항목 | 1Q 2026 | 비고 |
|---|---|---|
| 매출 | 133조 원 | +68% YoY |
| 영업이익 | 57.2조 원 | +755% YoY |
| 참고: 2025년 연간 영업이익 | 43.6조 원 | 1분기만에 초과 |
근데 안에서 분위기가 좀 이상하다.
보통 분기 실적이 이 정도면, 사내 전체 공지에 "1분기 실적 발표" 배너가 딱 뜬다. 전 직원이 보는 메인 화면에. 이번에는 안 띄웠다. 실적 내용이 밑에 작은 글로 조용히 올라왔을 뿐이다. 그렇다고 전체 공지에 꼭 봐야 하는 엄청 중요한 게 있었던 것도 아니다.
왜? 5월 총파업 투표가 93%로 가결된 상황에서 "역대 최대 실적!!" 이러면 "그 돈 다 어디 갔냐"는 소리가 바로 터지니까. 자랑을 못하는 게 아니라, 자랑하면 돌이 날아오는 거다.
나우톡에 올라온 그 글
삼성전자에는 '나우톡'이라는 사내 아고라가 있다. 직원들이 의견 올리는 곳인데, 57.2조 발표 당일 "마이크론 이직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마지막 출근일이라고 밝힌 퇴사자가 실명으로 쓴 글이었다.
내용은 꽤 직접적이었다. "세계 1위 기업이라는 기대와 달리, 현실적인 보상과 복지는 다른 대기업과 차이가 없었다." 샐러리캡 때문에 아무리 잘해도 올라갈 곳이 없다는 것(샐러리캡이 뭔지는 이전 글에 적어뒀다), 57조 영업이익을 만든 직원들이 정당한 보상을 못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4월 23일 평택 집회와 5월 총파업에 동참해달라는 글이었다.*
하루 만에 조회수 4만을 넘겼다. 안에서 꽤 큰 파장이 있었다.
그리고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이런 식으로 팩트를 정리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글이 올라오면, 회사 쪽에서 지속적으로 삭제를 한다. 의견을 나누라고 만들어 놓은 게시판인데, 불편한 글은 지운다. 솔직히 이러면 사람들이 더 답답해질 수밖에 없다.
57조 찍는 회사에서 사람이 빠지고 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분배와 문화의 문제다.
마이크론은 뭐가 달랐나?
나는 나우톡 글만 봤는데, 찾아보니 이 분이랑 같은 사람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삼성전자 초기업노조(SELU)에서 DS부문 마이크론 이직자 인터뷰를 공식으로 올린 게 있었다. 뉴스 기사로도 나왔다.* A씨는 외국계 협력사에서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제조 & 인프라총괄로 경력 입사한 뒤, 약 1년 만에 마이크론으로 떠났다. 인터뷰에서 나온 조건이 꽤 구체적이다.
삼성전자 연봉: ~5,700만 원 (CL2 5년차)
마이크론 기본급: 삼성 연봉의 2배 (~1.14억)
직급: CL2 → CL3급 (승진해서 감)
성과급: 기본급의 ~12%
RSU: 500만 ~ 2억 원 (성과 연동)
이사 지원: 전문 이사업체 배정 + 상세 가이드 제공
A씨 본인 말로는 삼성 입사할 때 피플팀(인사팀)에서 "성과급 포함하면 총보상이 우위"라고 들었는데, 실제로는 기대 대비 만족도가 낮았다고 한다.
마이크론 쪽은 어땠냐면, "해외 지사가 많아서 그런지 굉장히 체계적이었다. 이직 결정하니까 이사 전문업체가 배정됐고, 뭘 챙기면 좋은지까지 상세하게 알려줬다." 삼성에서는? "지원은 사실상 없었고, 비행기표랑 이사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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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적으로 보자면
| 항목 | 삼성전자 (A씨 기준) | 마이크론 오퍼 |
|---|---|---|
| 기본 연봉 | ~5,700만 | ~1.14억 (2배) |
| 직급 | CL2 (5년차) | CL3급 (승진) |
| 성과급 | OPI (변동, 기준 불투명) | 기본급의 ~12% |
| RSU | 없음 | 500만~2억 |
| 승진 | 페이밴드 고정, 정진급 어려움 | 직급 상향 오퍼 |
| 이직 지원 | 비행기표+이사비 | 전문업체+상세안내 |
물론 이건 한 명의 사례다. 메모리나 공통 쪽이면 삼성에서도 비슷하게 받거나 조금 더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사실 금액 자체가 핵심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보상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것. OPI가 정확히 어떻게 산정되는지, 내 연봉이 시장 대비 어디쯤인지, 기준이 뭔지 명확하지 않다. 다른 하나는 회사가 직원을 대하는 태도. 노조가 파업 시 최대 10조~12조 손실을 주장하면, 사측은 "산출 근거 확인 안 된다"고 하면서 자동화 수준이 높아 생산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을 보인다.* 결국 '직원이 빠져도 돌아간다'는 얘기인데, 이걸 듣는 직원 입장에서는 좀 허탈하다.
왜 떠나는 건지
연봉 2배가 결정적이었겠지만, 인터뷰를 보면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력 대우가 별로다. A씨는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그에 맞는 대우를 못 받았다고 느꼈다. 경력자를 뽑아놓고 실제로는 신입이랑 비슷한 페이밴드에 넣고, 경력에 맞는 역할이나 권한을 주지도 않는다. 데려와 놓고 제대로 활용을 못 하는 거다. 이러면 경력자 입장에서는 "여기 올 이유가 뭐지?"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승진이 막혀 있다. 고과를 4개나 받고도 진급 누락되는 사례를 직접 봤다고 한다. "정진급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게 본인 판단이었다.
성과급이 불투명하다. OPI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는지 명확하게 안 알려준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명시하고 상한을 없앴는데, 삼성은 아직 상한이 있고 기준도 모호하다.
교섭이 안 끝난다. A씨는 교섭 결과까지 기다렸는데, 조정에서 중지되는 걸 보고 "회사가 크게 변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마음을 굳혔다고 한다.
5월 총파업까지 간다
이게 개인 불만이면 "이직한 거지 뭐" 하고 넘길 수 있다. 근데 지금 내부가 집단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3개 노조 재적 조합원 약 9만 명 중 6만 6천 명 투표, 6만 1천 명 찬성. 93%. 4월 23일 평택 집회 시작으로, 5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 예정이다.
노조 요구 1: 성과급(OPI) 산정 기준 투명화 + 상한 폐지
노조 요구 2: 임금 인상률 7%
노조 요구 3: 교대근무 수당 현실화
회사 제안: OPI 재원 선택제, 임금 6.2%, 자사주 20주 → 노조 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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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파업 시 최대 10조~12조 손실을 주장하는데, 솔직히 지금 분기 57조를 찍는 추세를 보면 실제 손실은 그보다 훨씬 클 수도 있다. 근데 사실 금액이 얼마냐가 핵심이 아니다. 진짜 문제는 내부 사기와 보이지 않는 손해다. 의욕 없이 일하는 엔지니어들, 이직을 고민하느라 집중 못하는 시간들, 경험 많은 사람이 빠지면서 생기는 노하우 유출. 이런 건 숫자로 안 잡히지만, 장기적으로는 파업 손실보다 훨씬 큰 비용이다.
솔직한 소감
나도 삼성전자 다니는 사람이라, 이번 일이 좀 묵직하게 와닿는다.
57조를 찍었다는 건 진짜 대단한 거다. HBM이 터지고, AI 반도체가 터지고,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 만든 숫자다. 현장에서 밤새가며 일한 엔지니어들의 성과다.
근데 그 성과를 전체 공지에 띄우지도 못하는 회사가 됐다. 자랑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자랑하면 돌이 날아올까 봐 못하는 거다. 역대 최대 실적인데 분위기가 축하 대신 분노라면, 숫자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요즘 솔직히 회사 가면 너무 멍하고, 일도 손에 잘 안 잡힌다.
나우톡에 올라온 그 분은 아마 공통(DS 공통 조직) 쪽 분인 것 같은데, 저 정도 조건을 받은 거다. 나는 파운드리다. 반도체 안에서도 사실상 서자 같은 위치에 있는 곳이다. 파운드리 안에서도 같이 일하는 쪽에 메모리로 분류되는 팀이 있고, 공통으로 분류되는 팀도 있다. 하는 업무는 같은데, 소속 분류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과급 차이가 심할 예정이다. 옆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받는 게 다르다. 그러면 그냥 내가 능력이 없는 건지 싶기도 하다. 그러니까 더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도 잘 안 든다. 예전에는 뭔가를 만들고 개선하고 싶은 욕심이 들 때가 있었다. 나름 성과를 내서 인정받은 적도 있었고. 근데 요즘은 그런 게 안 올라온다.
반도체연구소 같은 데로 인력 교류도 있었고, 갈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근데 이런저런 이유로 안 갔었는데, 이렇게 되고 나니까 그때 안 간 내가 좀 싫어지기도 한다. 솔직히 넘어간 사람들이 우수해서 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안에서 할 일이 있어서 안 잡아서 보낸 케이스가 훨씬 많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못 가고, 타이밍 맞은 사람이 간 건데, 그게 나중에 성과급으로 차이가 난다? 이게 기여와 관련이 있는 건지 솔직히 어지럽다. 뭐 세상이 운이 9할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근데 회사 안에서 이런 식이면, 이미 분위기 안 좋은 거 빨리 알아차리고 도망쳐야 하는 난파선을 만든 거지 뭐.
그리고 이런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건,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의사결정 구조라는 거다. 사업부 현장에서 결정이 되는 게 아니라, 소위 '서초'라고 불리는 윗선에서 내려온다.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 공학을 하는 회사가 재무와 경영 논리로만 컨트롤되는 게 답답하다. 기술로 먹고사는 회사인데, 기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의사결정에 닿지 않고, 기술하는 사람에 대한 대우도 별로다. 나보고 기술하는 사람이냐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냐 물으면, 솔직히 부족한 게 많긴 하다. 근데 잘하는 TL(팀리더, 부장급)이나 책임급 대우를 봐도 뭐 다르지 않다. 따로 다 챙겨주나...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이는 건 별로다. 이건 성과급 몇 퍼센트 올리는 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러니까 요즘 솔직히 일이 손에 안 잡힌다. 57조라는 숫자는 뉴스에서 보는 거고, 내 통장에 찍히는 건 그 숫자가 아니니까. 사람은 연봉이 적어서 떠나는 게 아니라,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떠난다. 앞으로 협상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뭐가 맞는 건지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냥 머리만 멍하다.
* 참고 기사
SBS —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에 "마이크론 이직자입니다" 글 화제
SELU(삼성전자 초기업노조) — 마이크론 이직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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